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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ies

기대

김소연의 마음사전 중에서

기대하는 마음은 기대하는 대상을 조금씩 갉아먹어 가면서 무너뜨리며 동시에 자신도 무너져 내리게 한다. 누군가를 향해,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품었던 기대가 실망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경우는 없다. 기대는 채워지면 더 커지고 도착하면 더 멀어지는 목표점이다. 기대하는 무엇은, 애초부터 먼 곳에 있다면야 손쉬운 포기도 가능할 터인데, 팔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곳에서 깃발처럼 펄럭인다. 그렇지만, 도착하고 나면 늘 거기에 없다.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서 다시 다가오라고 손짓한다. 늪처럼, 허우적거리면 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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