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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ies

자존심과 자존감

출처: 마음사전(김소연, 마음산책)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누군가가 불어넣어주는 것이 자존감이 된다. 자존심은 누군가 할퀴려 들며 발톱을 드러낼 때에 가장 맹렬히 맞서고, 자존감은 사나운 발톱을 뒤로 두고 집으로 돌아와서 길고 긴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쁜 결과 앞에서, 자존심은 어차피 모든 걸 예감했던 듯 독해지며, 자존감은 모두들 어디로 갔을까 하며 세상이 독하다는 사실을 난생처음 깨닫고 만다.

자존심이 강한 자는 이기심이라는 커다란 호주머니를 달게 되고, 자존감이 강한 자는 자기애라는 목도리를 목에 감게 된다. 호주머니는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속성을, 목도리는 온기를 주고자 하는 속성을 예비한다. 자존심의 결말은 신문지라도 덮고 추운 겨울밤을 견뎌야 하는 노숙의 운명이라면, 자존감의 결말은 행복한 왕자의 동상과도 같이 어깨에 시린 눈발이 쌓여가도 허리를 펴고 서 있느라 다리에 쥐가 날 운명이다.

그러나 이 진짜와 가짜는 서로의 내왕을 허가한다. 난관을 이겨내기 위하여 자가발전 플래시를 손에 들어, 탐정이 되거나 탐사단이 되는 일에 협력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렇고 그런, 거기서 거기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위장술을 쓰기도 하지만, 같은 먹빛임에도 사약과 보약이 재료부터 다르고 용도 또한 다른 것과 비슷한 이치로, 코를 킁킁거려 지나치게 보약만을 감별하려 해봤자 구별되지 않을뿐더러,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한 이 둘은 모두 무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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